가을 문턱이 문어가 제일 맛있어지는 때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2TV 생생정보 2602회 ‘지금이 딱 제철!’ 코너가 고흥 녹동항의 참문어잡이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도착한 곳이 뜻밖에도 강화도였는데, 그 집이 바로 길상면 해안도로변의 정원식탁입니다. 무쇠팬 위에 통째로 올라간 문어 다리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작년에 강화 남쪽 드라이브하다 들렀던 그 집이라는 걸 바로 알아봤습니다. 그때 먹었던 기억을 더듬어 후기로 남겨봅니다.

정원식탁 돌문어덮밥, 무쇠팬 위 밥에 통째로 올라간 돌문어와 매콤한 양파채볶음

전등사 지나 해안남로, 강화 남쪽 바닷가 문어 전문점

주소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 해안남로 309. 전등사와 온수리를 지나 강화도 남쪽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나오는 위치라 동검도나 선두리 어시장 가는 길에 들르기 딱 좋습니다. 가게 앞에 무료 주차 공간이 있어서 차 대는 스트레스는 없었습니다.

간판만 보면 평범한 시골 식당 같은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분위기가 다릅니다. 원목 톤의 깔끔한 내부에 창밖으로 논과 바다 쪽 풍경이 걸리고, 손글씨로 꾹꾹 눌러 쓴 칠판 메뉴판이 벽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관광지 횟집처럼 왁자지껄한 게 아니라 조용한 카페 같은 공기라서 어른들 모시고 가도, 둘이 조용히 가도 편한 집입니다.

방송의 주인공, 통째로 올라가는 돌문어덮밥 20,000원

방송에서 다룬 제철 참문어가 이 집에서는 돌문어덮밥으로 나옵니다. 참문어와 돌문어는 같은 문어를 부르는 다른 이름인데, 이 집은 남해안 통영 쪽 자연산 돌문어를 받아서 그릴에 구운 뒤 다리째 통으로 올려줍니다.

정원식탁 돌문어덮밥 클로즈업, 그릴에 구운 돌문어 다리와 양배추 볶음 토핑

무쇠팬에 담긴 밥 위로 매콤하게 볶은 양배추·양파가 깔리고 그 옆에 빨판이 선명한 문어 다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데, 비주얼부터 반칙입니다. 가위로 잘라 밥이랑 같이 한 술 뜨면 겉은 불향이 살짝 돌고 속은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게 끊깁니다. 오래 삶은 문어 특유의 퍽퍽함이 없고, 매콤한 양념밥이 문어의 단맛을 받쳐줘서 숟가락이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정원식탁 돌문어덮밥 한 상, 통문어 다리 위에 깨와 쪽파를 올린 무쇠팬 덮밥과 밑반찬

여기서 2,000원을 더하면 차돌문어덮밥(22,000원)이 됩니다. 쫄깃한 문어에 고소한 차돌박이 기름이 더해지는 조합인데, 메뉴판에도 ‘강력 추천’이라고 적혀 있고 실제로 옆 테이블 대부분이 이걸 먹고 있었습니다. 문어만으로 살짝 심심하다 싶으면 무조건 차돌 쪽입니다.

매콤·새콤·달콤, 여름 끝물엔 돌문어물회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 계절이라면 돌문어물회(22,000원)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정원식탁 돌문어물회, 상추·적채·당근·콩나물 위에 올린 숙회 문어 슬라이스

큼직한 대접에 상추, 적채, 당근채, 콩나물이 색색으로 담기고 가운데에 숙회로 익힌 문어 슬라이스가 넉넉하게 올라갑니다. 매콤새콤달콤한 육수를 부어 말아 먹는 방식인데, 소면과 밥 중에 골라서 말 수 있습니다. 아삭한 채소와 쫄깃한 문어가 차가운 육수에 어우러지면 없던 입맛도 돌아오는 맛입니다.

얼큰 강릉초당순두부와 평일 점심특선

문어를 못 먹는 일행이 있어도 걱정 없습니다. 신메뉴로 나온 얼큰 강릉초당순두부(11,000원)가 생각보다 물건입니다.

정원식탁 얼큰 강릉초당순두부, 부추를 올린 빨간 순두부 뚝배기와 공기밥·다진 양념

몽글몽글한 초당순두부에 얼큰한 국물, 위에 올린 부추 향이 어우러져서 해장으로도 손색없습니다. 여기에 문어를 더한 돌문어 초당순두부(16,000원)도 있는데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문어가 씹히는 조합이 은근히 중독적입니다.

정원식탁 차돌박이덮밥, 무쇠팬 밥 위 차돌박이와 양배추볶음 가운데 노른자를 올린 모습

단짠 양념에 청양고추로 포인트를 준 차돌박이덮밥(15,000원)은 노른자를 터뜨려 비벼 먹는 재미가 있고, 주문 즉시 튀겨주는 수제등심돈까스(12,000원)와 새우튀김(3마리 7,000원·6마리 13,000원)은 아이들 데리고 갈 때 유용합니다. 평일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점심특선으로 초당순두부+돈까스 15,000원, 쭈꾸미덮밥+돈까스 16,000원 구성도 있으니 평일 방문이면 참고하세요.

메뉴판 한눈에 보기

정원식탁 손글씨 메뉴판, 차돌문어덮밥 22,000원 돌문어덮밥 20,000원 돌문어물회 22,000원 등

  • 차돌문어덮밥 22,000원
  • 돌문어덮밥 20,000원
  • 돌문어물회 (소면 또는 밥) 22,000원
  • 돌문어 초당순두부 16,000원
  • 차돌박이덮밥 15,000원
  • 얼큰 강릉초당순두부 11,000원
  • 직화 쭈꾸미덮밥 12,000원
  • 수제등심돈까스 12,000원
  • 새우튀김 3마리 7,000원 / 6마리 13,000원
  • 평일 점심특선(11:00~14:00) 초당순두부+돈까스 15,000원 / 쭈꾸미덮밥+돈까스 16,000원

성인 1인 1메뉴가 원칙이고, 공기밥은 2,000원 추가입니다.

방문 전 확인 사항

  • 영업시간: 월·목·금 11:0017:00(라스트오더 16:00), 토·일 11:0019:30
  • 정기휴무: 매주 수요일
  • 주소: 인천 강화군 길상면 해안남로 309 (장흥리 273)
  • 전화: 0507-1411-3838
  • 주차: 가게 앞 무료 주차
  • 자연산 문어를 쓰는 집이라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마감하는 날이 있습니다. 멀리서 가신다면 전화로 확인하고 출발하는 걸 추천합니다. 방송 직후에는 대기가 생길 수 있으니 애매한 시간대(오픈 직후나 오후 3시 전후)를 노리는 게 좋습니다.

전등사 들렀다가, 동검도 노을 보러 가는 길에 점심으로 딱 좋은 동선입니다. 제철 맞은 문어가 궁금하다면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