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냉면 한 그릇에 만 원을 훌쩍 넘는 집이 수두룩한데, 서울 한복판에서 5,000원짜리 함흥냉면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공장 면이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뽑는 자가제면입니다. 2TV 생생정보 2597회 ‘가격파괴 Why’ 코너에 나온 양천구 신정동 할매감자탕&함흥냉면입니다. 방송을 보다가 이 가격이 실화인가 싶어서 오목교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목교역 6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위치는 5호선 오목교역 6번 출구에서 350미터,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목동 학원가와 아파트 단지 사이 골목 코너에 있는데, 건물 모서리를 빙 두른 ‘할매감자탕&함흥냉면’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 할매순대국으로 오래 장사하던 집이 감자탕에 함흥냉면까지 간판에 올린 거라, 동네에서는 이미 국밥집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집입니다.
밤에 가면 분위기가 또 다릅니다. 매장 유리에 ‘매장에서 직접 면을 뽑은 함흥냉면(포장가능)’ 안내가 큼직하게 붙어 있고, 입구 옆에는 ‘국밥에 들어가는 뼈·소머리 우거지 육수는 매장에서 직접 삶고 끓입니다’라는 문구도 보입니다. 24시간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같은 요란함 없이, 딱 동네 노포의 정직한 얼굴입니다.

5,000원 함흥냉면, 면부터 다릅니다
자리에 앉으면 주방 위에 걸린 현수막부터 보입니다. ‘365일 사계절 냉면합니다’. 여름 한철 장사가 아니라 일 년 내내 냉면을 뽑는다는 얘기입니다. 냉면은 물과 비빔 딱 두 가지, 둘 다 5,000원입니다. 여기에 고기 한 알이 꽉 찬 왕만두가 개당 1,000원이라 냉면에 만두 두 알을 얹어도 7,000원이면 끝납니다.

비빔냉면을 시키면 스테인리스 대접에 무채와 삶은 달걀 반쪽, 벌건 양념장이 올라간 그릇이 나옵니다. 생김새는 수수한데 면을 비벼서 한 젓가락 들어 올리는 순간 생각이 달라집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뽑는 가는 면이라 쫄깃하면서도 뚝뚝 끊기지 않고, 양념장은 확 매운맛보다 새콤달콤한 쪽이라 끝까지 물리지 않습니다.

벽에 붙은 안내문대로 식초를 살짝 두르고 겨자를 풀어 비비면 감칠맛이 한 단계 올라갑니다. 셀프 코너에 온육수 통이 있어서 면 먹는 중간중간 뜨끈한 육수로 입을 헹궈 가며 먹으면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면발이 살아 있습니다.

냉면 코너 앞에는 가격표가 따로 붙어 있는데, 냉면 마감 시간이 밤 11시라고 적혀 있습니다. 늦은 밤 야식으로 냉면 생각이 나면 11시 전에는 들어가야 합니다.

국밥집 내공이 담긴 뼈해장국
상호에 감자탕이 들어간 집이니 국물 요리를 안 먹어볼 수 없습니다. 뼈해장국은 9,000원인데 뚝배기에 등뼈가 큼직하게 들어가고 우거지가 넉넉합니다. 들깨가루를 듬뿍 얹어 나와서 국물이 걸쭉하고 구수한데, 뼈에 붙은 살이 젓가락만 대도 쑥쑥 발립니다. 매일 매장에서 뼈와 우거지를 직접 삶는다는 문구가 빈말이 아닌 게, 잡내 없이 국물이 맑게 깊습니다. 얼큰한 쪽이 당기면 1,000원 더한 얼큰뼈해장국도 있습니다.

여럿이 가면 뼈감자탕이 정답입니다. 2~3인 기준 소짜가 30,000원부터라 냉면 하나씩 곁들여도 인당 만 원대 초반에 끝납니다. 반찬은 셀프바에서 김치, 깍두기, 고추, 양파 등을 먹을 만큼 가져다 먹는 방식이고, 남기면 음식물 처리 비용을 받는다는 안내가 붙어 있으니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여러 번 가져오는 게 낫습니다. 혼밥 손님도 많아서 눈치 볼 일은 없습니다.
메뉴와 가격

- 함흥냉면 (물/비빔) 5,000원 - 자가제면, 밤 11시까지
- 왕만두 (고기 1알) 1,000원
- 뼈해장국 9,000원 / 얼큰뼈해장국 10,000원
- 순대국 8,000원 / 얼큰순대국 9,000원
- 우거지해장국 7,000원
- 한우소머리국밥 13,000원 / 특 15,000원
- 돼지국밥·선지해장국·양평해장국 각 9,000원
- 삼계탕 13,000원
- 뼈감자탕 소(2
3인) 30,000원 / 중(34인) 41,000원 / 특대(4~5인) 58,000원 - 콩나물뼈찜 소 37,000원 / 중 49,000원 / 특대 69,000원
1인 1식 주문이 기본이고, 가격은 매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배달, 냉면 포장도 됩니다.
매장 정보
- 상호: 할매감자탕&함흥냉면 (구 할매순대국)
- 주소: 서울 양천구 신목로 74 1층 (신정동)
- 대중교통: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6번 출구에서 약 354m, 도보 5분
- 영업시간: 09:00~24:00 (냉면 주문은 밤 11시까지)
- 전화: 0507-1336-9334
다녀와서 남기는 한 줄
솔직히 5,000원이라 큰 기대 없이 갔다가 자가제면 면발에 한 번, 국밥집 내공이 담긴 뼈해장국에 두 번 놀랐습니다. 냉면 한 그릇에 만두 얹고 배부르게 먹어도 커피값이면 되는 집이라, 목동 근처에서 가성비로 이만한 데를 찾기 어렵습니다.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열어서 늦은 저녁에도 부담이 없고, 국물과 냉면을 한 상에서 해결하고 싶은 날이면 다시 갈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