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집 수족관에 오징어가 헤엄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2TV 생생정보 2596회 ‘할매~ 밥 됩니까?’ 코너에 나온 여수 우정통닭 얘기입니다. 방송에서 바삭한 통닭 옆에 산오징어회가 통째로 올라오는 걸 보고, 대체 누가 처음 생각해낸 조합인지 궁금해서 여수 문수동까지 다녀왔습니다.

우정통닭 후라이드 통닭과 산오징어회, 양념치킨이 함께 차려진 한 상

치킨집인데 횟집, 횟집인데 치킨집

여수 여문2로 69, 문수동 주택가 사거리 코너에 있습니다. 밤에 가면 ‘치킨 산오징어 각종선어’라고 쓰인 간판이 붉게 빛나서 멀리서도 바로 찾습니다. 간판부터 정체성이 확실합니다. 치킨집인데 산오징어와 계절 생선회를 같이 파는 집, 여수 사람들이 수십 년 단골로 다니는 동네 노포입니다.

우정통닭 야간 외관과 치킨 산오징어 간판

가게 앞에는 횟집처럼 수족관이 놓여 있고 그 안에 오징어와 계절 생선이 돌아다닙니다. 주문이 들어가면 여기서 바로 건져서 회를 뜨는 방식이라, 통닭을 튀기는 냄새와 수족관 물소리가 같이 나는 묘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우정통닭 앞 수족관

방송에 나온 그 조합, 통닭에 오징어회

방송 속 화심 할매의 상차림 그대로 시켰습니다. 후라이드 통닭에 산오징어회 조합입니다. 통닭은 요즘 프랜차이즈처럼 튀김옷이 두꺼운 스타일이 아니라, 얇은 옷을 입혀 튀겨낸 옛날 시장통닭식입니다. 겉은 부서질 듯 바삭하고 속살은 퍽퍽한 데 없이 촉촉해서, 소스 없이 소금만 살짝 찍어도 손이 계속 갑니다.

우정통닭 후라이드 통닭 클로즈업

그리고 주인공 산오징어회. 나무 판 위에 투명하게 썰어 올려 나오는데, 씹는 순간 오도독 끊기면서 단맛이 올라옵니다. 냉동 오징어에서는 절대 안 나오는 식감입니다. 기름진 통닭 한 점 먹고 차가운 오징어회 한 점 먹으면 입안이 리셋되는 느낌이라, 이 조합이 왜 수십 년을 버텼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나무 판에 올려 나오는 우정통닭 산오징어회

오징어회는 초장에 그냥 찍어 먹어도 되지만, 같이 나오는 채소에 초장을 넣고 새콤하게 버무려 먹는 것도 별미입니다. 깻잎 향과 아삭한 당근채, 매콤새콤한 초장이 오징어의 단맛을 확 끌어올려서 소주 안주로는 이쪽이 더 위험합니다.

채소와 초장에 버무린 오징어회무침

메뉴와 가격

매장 메뉴판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 메뉴 국내산 표기를 큼직하게 붙여놨습니다.

  • 산오징어 60,000원
  • 백숙 45,000원
  • 후라이드 통닭 21,000원 / 반반치킨 23,000원 / 양념치킨 25,000원
  • 후라이드 반마리 12,000원 / 양념치킨 반마리 13,000원
  • 계절메뉴 서대회·도다리·물메기 시세
  • 소주·맥주 5,000원, 공기밥 1,000원
  • 방문 포장 시 1,000원 할인

우정통닭 메뉴판

산오징어는 자연산 시세라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날 수족관에서 바로 잡는 회라는 걸 생각하면 수긍이 됩니다. 둘이 가면 후라이드 한 마리에 산오징어 하나면 상이 꽉 차고, 인원이 적으면 반마리 메뉴로 조절하면 됩니다. 광어나 우럭 같은 선어 사시미도 있어서 회만 먹으러 오는 단골도 많습니다.

방문 전 확인할 것

  • 영업시간은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0시 30분까지로 등록돼 있습니다. 늦은 밤 야식으로도 갈 수 있는 시간대입니다.
  • 산오징어와 계절 생선은 물량과 시세가 그날그날 달라지니, 오징어회가 목적이라면 방문 전에 전화(061-652-5959)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 포장하면 1,000원 할인해 줍니다. 통닭은 포장해도 바삭함이 오래 갑니다.
  • 여문 주거지역 골목 상권이라 저녁 시간에는 차 대기 자리가 마땅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근처 골목이나 공영주차장을 염두에 두고 가는 게 편합니다.
  • 정기 휴무일이 따로 표기돼 있지 않으니 멀리서 찾아간다면 전화로 영업 여부를 먼저 확인하세요.

여수 여행에서 게장백반, 서대회무침 같은 유명 코스는 이미 다 돌았다면, 저녁 한 끼는 이 집에서 통닭에 오징어회로 채워보시길 권합니다. 관광지 식당이 아니라 현지인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기분, 그게 이 집의 진짜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