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짜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울 3대 간짜장’이라는 말에 한 번쯤 귀가 번쩍했을 겁니다. 생활의 달인 1048회 ‘은둔식달’ 코너가 바로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영등포 당산동 주택가 골목에 숨어 있는 화교 중식당 대관원입니다. 방송에서는 화교 출신 할아버지 대부터 3대째 이어온 손맛으로, 100년 동안 웨이팅이 끊긴 적이 없다고 소개했는데, 직접 가서 먹어보니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2017년 수요미식회에도 삼선간짜장과 게살삼슬로 나왔던 집이니, 방송 이력만 놓고 봐도 검증은 이미 끝난 셈입니다.

당산동 골목 2층, 간판보다 세월이 먼저 보이는 집
대관원은 영등포구청역과 당산역 사이 당산동 주택가 골목에 있습니다. 두 역 어디서 내려도 도보 10분 안팎인데,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 안쪽이라 처음 가면 ‘여기가 맞나’ 싶습니다. 가게는 2층이고, 계단을 올라가면 중국식 원형 테이블과 회전판이 놓인 홀이 나옵니다. 요즘 감성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먼, 딱 옛날 화교 중식당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주차 안내가 따로 없는 골목 노포라 차보다는 지하철이 마음 편합니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는 날이 많습니다. 저는 평일 오후 애매한 시간을 노려서 대기 없이 들어갔는데, 조금 지나니 테이블이 금세 찼습니다. 방송 이후로는 TV를 보고 온 손님까지 더해져서, 식사 시간 정중앙에 가면 기다릴 각오는 하는 게 좋습니다.
삼선간짜장 10,000원, ‘진짜 간짜장’의 기준
주인공인 **삼선간짜장(10,000원)**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소스 그릇과 면 그릇이 따로 나오는데, 소스를 보는 순간 다른 집과 다르다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물기가 거의 없습니다. 흥건한 국물 같은 짜장이 아니라, 웍에서 갓 볶아낸 춘장이 양파와 새우, 오징어를 되직하게 감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방송에서 중식 셰프 필감산이 꼽은 ‘진짜 간짜장’의 기준이 바로 이거였습니다. 물과 전분을 쓰지 않고, 다 먹은 그릇에 소스가 흥건하게 남지 않을 것.

소스가 워낙 되직해서 비비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다 부으면 짤 수 있어서 저는 3분의 2 정도만 넣고 비볐는데, 따뜻한 면과 섞이면서 소스가 적당히 풀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부터가 진짜입니다. 첫맛은 살짝 짭짤한데 씹을수록 양파에서 단맛이 터져 나옵니다. 설탕으로 낸 단맛이 아니라 기름을 머금어 투명해진 양파가 내는 단맛이라, 끝맛이 깔끔하고 느끼함이 없습니다. 양파는 숨이 완전히 죽지 않고 속이 아삭하게 살아 있습니다.

면도 훌륭합니다. 소스가 빡빡한데도 면에 고르게 붙어서,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그릇 바닥에 소스가 남지 않았습니다. 다 먹고 나서 그릇을 보니 정말 춘장 자국만 살짝 남아 있더군요. 서울에서 삼선간짜장이 보통 12,000원쯤 하는 요즘, 이 퀄리티에 10,000원이면 가성비 이야기가 나올 만합니다.
수요미식회가 먼저 알아본 게살삼슬
대관원에 왔다면 간짜장만 먹고 가기는 아깝습니다. 이 집의 또 다른 간판이 **게살삼슬(M 37,000원)**입니다. 게살과 죽순, 버섯을 볶은 위에 달걀흰자 머랭을 구름처럼 올린 요리인데, 하얀 머랭 위에 고추기름이 살짝 뿌려져 나옵니다.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몽글몽글한 흰자 사이로 게살이 씹히는데, 식감이 순두부보다 부드러워서 보양식을 먹는 기분입니다. 자극적인 맛이 하나도 없어서 어르신 모시고 가는 자리에도 잘 어울립니다.

요리 메뉴 중에는 **고추잡채(고추잡채밥 12,000원, 요리는 별도)**도 인기입니다. 꽃빵과 함께 나오는데, 피망과 고기채가 기름에 절지 않고 깔끔하게 볶아져 나옵니다. 하얀 꽃빵에 한 젓가락 올려 먹으면 맥주 생각이 간절해지는 맛입니다.

일반 짬뽕은 없습니다, 삼선짬뽕 12,000원
재미있는 건 이 집에 일반 짬뽕이 없다는 점입니다. 짬뽕은 삼선짬뽕(12,000원) 하나입니다. 오징어와 새우, 청경채, 버섯이 넉넉하게 올라가는데, 국물이 여느 중국집처럼 맵고 짜게 때리는 맛이 아닙니다. 진하게 우러났는데 덜 짜고, 자극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국물입니다. 맵기도 거의 없어서 얼큰한 짬뽕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지만, 해물 육수 본연의 맛을 좋아한다면 오히려 이쪽이 취향일 겁니다.

탕수육(S 18,000원)은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이 아니라 소스에 볶아 나오는 스타일입니다. 겉이 바삭하면서 쫄깃한데, 달지 않아서 간짜장과 같이 먹어도 물리지 않습니다. 이 밖에 유린기(32,000원), 오향장우육(M 35,000원), 양장피(M 34,000원), 동파육(39,000원), 난자완스 같은 정통 요리 라인업도 탄탄해서, 단체 모임으로 와서 코스처럼 시켜 먹는 테이블도 많았습니다.
메뉴판과 가격

식사 메뉴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짜장면 7,000원 / 삼선간짜장 10,000원 / 삼선짬뽕 12,000원
- 마파두부밥 10,000원 / 잡채밥 10,000원 / 고추잡채밥 12,000원 / 삼선볶음밥 12,000원
- 새송이덮밥 10,000원 / 유산슬밥 17,000원 / 해물잡탕밥 20,000원 / 자연송이덮밥 18,000원
- 점심세트: 짜장면 2 + 미니탕수육 26,000원 (삼선짬뽕·볶음밥으로 변경 가능)
- 요리: 탕수육 18,000원~ / 깐풍기 22,000원~ / 유린기 32,000원 / 게살삼슬 37,000원~ / 오향장우육 25,000원~ / 양장피 34,000원~ / 팔보채 30,000원~ / 전가복 65,000원~
면 메뉴는 밥이나 곱빼기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매장에서 한 번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방문 정보
- 상호: 대관원
- 주소: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7길 1 (당산동4가 48-1) 2층
- 전화: 02-2068-8791
- 영업시간: 월
토 11:3021:3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점심 주문 마감 14:30, 저녁 주문 마감 20:30) - 휴무: 매주 일요일
- 가는 법: 2호선 당산역 또는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도보 10분 안팎, 당산동 주택가 골목 2층
방문 전 체크 포인트
- 점심·저녁 피크 시간에는 웨이팅이 깁니다. 브레이크타임 직후인 17시대나 오픈 직후가 비교적 여유 있습니다.
- 간짜장 소스는 되직해서 처음부터 다 붓지 말고 3분의 2쯤 넣고 비빈 뒤 입맛에 맞게 추가하는 걸 추천합니다.
- 일반 짬뽕은 없고 삼선짬뽕만 있습니다. 얼큰한 맛보다 진하고 부드러운 국물 스타일입니다.
- 일요일은 쉬는 날이니 주말 방문은 토요일로 잡아야 합니다.
비슷한 은둔식달 중식 노포로는 부천 아리산 탕수육·간짜장과 수원 팔달문의 4대째 화교 만두집 수원만두도 다녀왔으니, 간짜장과 화교 노포 투어를 계획한다면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