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길 하나 건너면 바로 만나는 대전 중앙시장은 원도심에서 제일 큰 전통시장입니다. 2TV 생생정보 2609회 ‘요즘 시장 24시’ 코너가 이 시장의 하루를 담았는데, 방송에 나온 집들이 하나같이 시장 물가 그대로라 보는 내내 침만 삼켰습니다. 그래서 직접 다녀왔습니다. 김이 펄펄 오르는 40년 만두 노포 코끼리왕만두, 낮부터 좌판 가득 안주를 깔아놓는 노상 포차 이모집, 그리고 노른자 동동 띄운 수제 쌍화차를 내주는 2층 레트로 다방 중앙다방까지. 만두로 배를 채우고, 포차에서 한 잔 걸치고, 다방에서 쌍화차로 마무리하면 반나절이 순식간에 갑니다.

대전 중앙시장 코끼리왕만두 찜기에서 김이 오르는 왕만두가 가득 쪄지는 모습

코끼리왕만두|왕만두 8개 6,000원, 40년 김 서린 찜기

시장 안 중앙상가 골목으로 들어서면 멀리서부터 하얀 김이 보입니다. 노란 간판의 코끼리왕만두입니다. ‘전국 최초 코끼리만두, 40년 전통의 손맛’이라고 적힌 차림표가 걸려 있는데, 생생정보 2609회에 만두로 나오기 전에 6시 내고향(2019년)에도 소개된 적 있는 시장 터줏대감입니다.

찜기 뚜껑이 열릴 때마다 뽀얀 왕만두가 수십 개씩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장면 하나로 줄 설 이유가 충분합니다. 주먹만 한 왕만두를 하나 집어 반 가르면 김이 훅 빠져나오면서 고기소가 꽉 차 있습니다. 피는 찐빵처럼 폭신한 스타일이라 한 개만 먹어도 든든하고, 김치왕만두는 매콤한 김치소가 느끼함을 잡아줘서 고기·김치 반반으로 섞어 사는 손님이 많습니다.

코끼리왕만두 야끼만두, 노릇하게 지져낸 군만두가 철판 위에 수북이 쌓인 모습

개인적으로는 야끼만두를 꼭 먹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기름에 노릇하게 지져낸 군만두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합니다. 12개에 6,000원이니 한 개에 500원 꼴입니다. 요즘 분식집 물가를 생각하면 계산대 앞에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가격입니다.

  • 고기왕만두·김치왕만두 8개 6,000원 (6개 5,000원)
  • 고기야끼만두·김치야끼만두 12개 6,000원
  • 교자만두(고기·김치) 15개 6,000원 (10개 5,000원)
  • 초벌야끼만두 12개 6,000원 / 찐빵 8개 6,000원 (6개 5,000원)

대전 중앙시장 코끼리왕만두 노란 간판과 찜솥이 놓인 매장 외관

포장 손님이 줄을 잇는 집이라 회전이 빠릅니다. 저는 평일 낮에 갔는데도 제 앞에 서너 팀이 있었고, 쪄낸 만두가 금방금방 빠져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이모집|수구리볶음 7,000원, 낮술이 당기는 노상 포차

만두로 입을 뗐으면 이제 시장 먹자골목의 백미, 노상 포차 차례입니다. 중앙시장 먹자골목 한복판의 이모집은 노란 매대에 ‘안주류 일체’라고 써 붙여 놓고 꼬막, 골뱅이, 생선, 족발 같은 안주를 좌판 가득 깔아놓는 집입니다. 생생정보 카메라가 시장의 밤을 담으며 들른 곳인데, 이미 2023년 MBC 생방송 오늘저녁에 ‘이모카세’로 나왔을 만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포차입니다.

이모집 좌판에 꼬막, 생선, 무침 안주가 접시째 깔려 있는 모습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좌판에 깔린 접시가 곧 메뉴입니다. 랩을 씌워둔 접시마다 양념꼬막, 홍어무침, 돼지꼬리, 조기찜이 그득한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바로 상에 올려주는 방식입니다.

이모집 수구리볶음, 빨간 양념에 볶은 수구레가 접시에 담긴 모습

이 집의 간판은 **수구리볶음(7,000원)**입니다. 수구리(수구레)는 소 가죽 안쪽에 붙은 특수부위인데, 벽에 효능 설명까지 붙여 놓았을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매콤한 양념에 볶아 나오는데 식감이 묘합니다. 껍데기처럼 쫄깃한데 씹다 보면 고소한 기름맛이 올라와서 소주가 저절로 따라집니다. 양파 초절임에 올려 먹으면 느끼함도 없습니다. 안주 대부분이 5,000~10,000원 선이라 둘이서 세 접시를 시켜도 부담이 없고, 수구리국밥(8,000원)이나 수구리전골(1인 10,000원) 같은 식사 메뉴도 있어서 해장까지 됩니다.

이모집 메뉴판, 수구리볶음 7,000원과 꼬막 10,000원 등 안주와 식사 가격이 적힌 모습

  • 수구리볶음 7,000원 / 꼬막 10,000원 / 홍합탕 5,000원 / 미니족발·돼지꼬리·닭발·돼지껍데기 각 5,000원
  • 홍어찜 8,000원 / 홍어무침·쭈꾸미·조기찜·낙지·멍게·간천엽·꼼장어 각 10,000원 / 소라 시가
  • 식사: 수구리전골 1인 10,000원 / 수구리국밥 8,000원 / 돼지국밥 5,000원
  • 맥주 4,000원 / 막걸리 3,000원 (술과 물은 셀프)

이모집 노란 간판과 좌판, 대전중앙시장 상가 매대에 안주 접시가 올려진 모습

노상 테이블이라 날씨 좋은 날 저녁에는 시장 불빛 아래에서 먹는 맛이 또 있습니다. 다만 시장 안 노포 특성상 영업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으니, 저녁 늦게 가거나 단체로 간다면 미리 전화해 보고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중앙다방|노른자 띄운 수제 쌍화차,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레트로 다방

마무리는 다방 커피가 아니라 쌍화차입니다. 중앙시장 골목 2층에 자리한 중앙다방은 빨간 간판에 ‘COFFEE HOUSE 2F’라고 적힌 입구부터 시간이 멈춰 있습니다. 생생정보 2609회에 미숫가루와 쌍화차로 소개된 곳인데, 계단을 올라가면 민트색 격자 칸막이와 ‘중앙다방’ 자수가 놓인 하얀 의자커버, 괘종시계까지 옛날 다방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지어진 레트로 콘셉트 카페가 아니라 진짜 세월이 쌓인 공간이라, 문을 여는 순간 공기부터 다릅니다.

중앙다방 내부, 민트색 격자 칸막이와 자수 의자커버가 놓인 레트로 다방 전경

주문할 메뉴는 정해져 있습니다. **수제 쌍화차(6,000원)**입니다. 꽃무늬 찻잔에 대추, 잣, 해바라기씨 같은 견과가 수북하게 올라가고 가운데에 달걀노른자가 동동 떠서 나옵니다. 한약처럼 진하게 달인 국물이 쌉싸름하면서도 끝에 단맛이 돌고, 견과를 숟가락으로 건져 먹다 보면 간식까지 해결되는 느낌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 몸이 으슬으슬할 때 한 잔 마시면 속부터 뜨끈해집니다.

중앙다방 수제 쌍화차, 대추와 견과가 가득한 찻잔에 노른자가 띄워진 클로즈업

같이 간 일행은 시그니처라는 **생마즙(6,000원)**과 과일주스를 마셨는데, 커피가 3,000원부터 시작하니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요즘 카페 물가가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미숫가루(5,000원), 유자차·꿀대추(각 4,000원), 생강차(3,000원) 같은 전통 메뉴도 다 있습니다.

중앙다방 의자커버 앞에 놓인 음료 두 잔, 꽃무늬 쟁반 위 주스와 미숫가루

창가 자리에 앉으면 시장 골목이 내려다보이는데, 쌍화차 한 잔 놓고 앉아 있으면 어르신들이 왜 다방에서 반나절을 보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진 찍으러 오는 젊은 손님도 많아져서 주말에는 자리가 금방 찹니다.

중앙다방 외관, 골목 2층 빨간 다방 간판이 걸린 입구

방문 정보

코끼리왕만두

  • 주소: 대전 동구 중앙로204번길 38 (중앙시장 중앙상가 D4호)
  • 전화: 042-222-3877
  • 영업시간: 매일 09:00~20:00

이모집

  • 주소: 대전 동구 대전로791번길 26 (중앙시장 먹자골목)
  • 전화: 042-257-7943
  • 영업시간: 11:00~21:00 (노상 포차 특성상 유동적, 방문 전 전화 확인 추천)

중앙다방

  • 주소: 대전 동구 대전로797번길 33 2층
  • 전화: 042-255-4485
  • 영업시간: 매일 09:00~19:00

세 집 모두 중앙시장 안에서 도보 2~3분 거리라 한 번에 돌기 좋습니다. 대중교통은 대전역 서광장에서 중앙시장 방면으로 도보 5분 안팎이 제일 편하고, 차로 간다면 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방문 전 체크 포인트

  • 코끼리왕만두는 포장 줄이 수시로 생깁니다. 식사 시간 직전에 가면 갓 쪄낸 만두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 이모집은 좌판에 깔린 안주가 곧 메뉴입니다. 처음이라면 수구리볶음에 꼬막이나 홍합탕을 곁들이는 조합을 추천합니다. 술과 물은 셀프입니다.
  • 중앙다방은 19시면 문을 닫습니다. 시장 구경을 마친 늦은 오후보다는 낮 시간에 들르는 동선이 안전합니다.
  • 시장 안 가게들이라 가격과 영업시간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2609회에 나온 단양 다원 마늘떡갈비와 여수 라도9900 게장 무한리필도 다녀왔고, 시장 만두 노포가 취향이라면 수원 팔달문 4대째 화교 만두집 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